NS·ADI 위조 IC 활개, 중국산 추정, 전자부품업계 피해 잇따라

NS 본사 법무팀, 한국 검찰에 수사의뢰

국내 반도체 유통업계에 중국산으로 추정되는 위변조 IC가 기승을 부리고 있어, 국내 전자 대기업들까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세계적인 반도체 회사인 내셔널세미컨덕터(NS) 제품을 위변조한 IC 제품으로 인해 국내 대형 전자 및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피해를 입음에 따라 NS 본사 법무팀이 국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등 전자부품 업계에 위변조 IC 경계령이 내려졌다.

최근 굴지의 대형 전자업체인 L사는 반도체 패키지에 NS사로 표기된 위조 IC로 통신용 제품을 만들어 납품했다가 불량이 발생해 고객으로부터 반품을 받는 소동을 벌였고, 디스플레이 업체인 B사는 NS의 증폭기인 줄 알고 위조품을 사용했다가 TFT LCD에 불량이 발생해 손실을 보는 일이 생겼다.

이들이 사용한 제품은 NS의 제품을 위변조한 것으로 판명났다. NS 측은 자사 패키징을 도용한 위조IC의 판매경로를 추적하는 등 진상조사에 나서, 일부 유통업체를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물의를 일으킨 위조 IC는 통신용단말기에 적용된 하이브리드 IC에 내장된 PLL(국부발진신호) IC와 OP(Operational)앰프로, 패키지는 NS제품인 것처럼 위장했으나 실제 패키지 내부의 다이(절단한 웨이퍼 상태의 칩)는 십수년전 생산된 유럽 S사의 제품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위변조된 IC로 인해 피해를 본 B사 관계자는 불량 제품이 생산돼 원인을 확인해 본 결과 정품이 아닌 위변조된 IC 제품이어서 납품업체에 항의한 결과, 해당 납품업체 역시 중국 유통 업체로부터 제품을 구매한 피해자임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현재 이 납품업체는 이와 관련해 NS로부터 소송을 제기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나로그디바이스(ADI) 역시 지난 9월 국내 전력계량기 업체가 해외 반도체 딜러로부터 구매한 위변조된 자사 전력소자로 인해 곤욕을 치른 바 있다고 밝혔다.

ADI의 한 관계자는 당시 한 국내 업체가 비정규 딜러로부터 구입한 ADI 전력소자 3000개를 탑재한 제품이 전량 불량이 났다는 항의가 접수돼 조사한 결과, 중국에서 제작된 위조품인 것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해당 전력계량기 업체는 사건 직후 제품을 공급한 국내 딜러가 종적을 감춘 데다, 정상 유통 채널을 거치지 않은 제품이라 ADI로부터도 보상을 받을 수 없어 고스란히 피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이같은 위조IC들은 해당 반도체 회사와 국내 정식 대리점은 물론 해당 IC로 부품을 만들거나, 이들 부품을 사용해 세트를 만드는 전자업체에 연쇄적인 피해를 주고 있어 실질적인 피해 상황은 보다 광범위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위변조된 반도체의 국내 유통규모나 수량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며, 이로 인한 국내 전자업체의 정확한 피해규모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피해를 입은 업체들도 자사제품의 공신력에 흠집을 입을 것을 꺼려 피해사실조차 쉬쉬하는 분위기인 것도 불법 위변조 제품이 활개를 칠 수 있는 한 배경이 되고 있다.

디지털타임스
2003년 12월 24일 게재
허정화 기자